제1화 마지막 선물
제1화 마지막 선물
장례를 치른 지 사흘째, 윤서하는 열쇠 뭉치를 손에 쥔 채 적산가옥 대문 앞에 섰다. 낡은 나무 대문에는 할머니가 평생 손대지 않았던 은색 자물쇠가 새로 달려 있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열쇠를 꽂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곰팡내와 함께 낯선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부엌 한쪽, 늘 놋그릇을 씻던 개수대 옆에 처음 보는 가전제품이 놓여 있었다. 그레이스 화이트 색상의 매끈한 본체에는 아직 비닐 포장 일부가 붙어 있었다.
"할머니가 이런 걸 왜 샀지." 서하는 혼잣말을 하며 상자에 붙은 스티커를 들여다봤다. 쿠쿠 에코웨일 건조분쇄 음식물처리기, 최신형이었다. 할머니는 스마트폰조차 겨우 문자만 보내던 분이었다.
그때 마당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옆집에 오래 살아온 성만호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들어섰다. "서하 왔구나. 장례식장서 못 봐서 미안하다." 그는 부엌을 슬쩍 보더니 눈빛이 흔들렸다.
"저건 뭔가요? 할머니가 이런 걸 쓰실 분이 아닌데." 서하가 묻자 성노인은 잠시 말을 고르는 듯했다. "두 달 전인가, 택배가 왔었지. 네 할머니가 직접 주문했다더라. 이상하다 생각했었어."
"직접요? 할머니 혼자 이런 걸 검색해서 사셨다고요?" 서하의 목소리에 의심이 묻어났다. 성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도 모르지. 근데 그 뒤로 네 할머니가 좀 이상해졌어. 밤마다 부엌에서 뭘 하는 소리가 났거든."
서하는 처리기 뚜껑을 열어보았다. 내부는 깨끗했지만 바닥 배출구 쪽에 뭔가 낀 것처럼 걸려 있었다. 손을 넣어보려는데 성노인이 다급히 말렸다. "조심해, 그거 함부로 만지면 안 돼."
"왜요? 뭔데 그러세요?" 서하가 되묻자 노인은 시선을 피했다. "아니다, 그냥... 오래된 물건이니까 조심하라는 거지."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서하는 놓치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서하는 혼자 남아 처리기의 전원을 눌러보았다. 기계는 낮게 진동하며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이내 이물질 감지 경고음과 함께 멈췄다. 화면에는 '이물질 확인 필요'라는 문구가 떴다.
그녀는 결국 장갑을 끼고 배출구 안쪽을 손으로 더듬었다. 손끝에 딱딱한 것이 만져졌다. 조심스레 꺼내보니, 녹슨 작은 열쇠 하나와 물에 젖어 뭉개진 종이 조각이 함께 나왔다.
종이에는 잉크가 번져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희미하게 '창고, 삼 번째 마루'라는 글자가 남아 있었다. 서하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숨긴 무언가였다.
그녀는 곧장 성노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할아버지, 이 집에 창고가 있었나요? 마루 밑에요." 전화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건 어디서 들었니?"
"할머니가 남긴 거예요, 이 안에서요." 서하는 처리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성노인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 "서하야, 그 얘긴 전화로 할 게 아니다. 내일 아침에 갈 테니, 오늘 밤은 아무 데도 들어가지 마라."
전화를 끊은 서하는 마루를 바라봤다. 낡은 나무판자 사이로 희미하게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분명 전기가 들어올 리 없는 곳이었다.
그녀는 열쇠를 손에 꼭 쥔 채 마루 앞에 무릎을 꿇었다. 판자를 두드리자 안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무언가 비어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서하가 판자를 힘껏 들어 올리는 순간, 마당에서 개 짖는 소리와 함께 낯선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이미 이 집을 지켜보고 있었다.
쿠팡 추천 상품쿠쿠 에코웨일 건조분쇄 음식물처리기 가정용, CFD-ENL201DCGW, 그레이스 화이트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